정구현 - 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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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 ⌜LAST⌟
Acrylic&Oil on canvas, 116.8x91.0cm, 2022


제대로 걸음도 걷지 못하던 인간 아기가 성인이 돼서 제 몫을 할 무렵이면, 개는 천수를 누리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이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지는 근본적인 공포이다. 주먹만한 갓난 강아지 시절부터 함께해 왔는데, 항상 주인만 알았던 충실한 개가 영원히 떠나는 상황. 머릿속으로 막연히 상상하지만 막상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울게 될 것이다. 

우리 슈슈에게도 멀지 않은 얘기이다. 열 다섯 살의 시츄, 이미 강아지 평균 수명 13.2세를 넘긴 나이이다. 

죽음을 예견한 듯 늙은 육신은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곳곳에 난 혹 덩어리, 녹아 내린 잇몸, 보이지 않는 눈, 그리고 들리지 않는 귀. 

나는 가끔 슈슈의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한다. 건강하고 장난기 넘치며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는 우리를 한 시라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정도였다. 

노견이 된 지금의 슈슈는 그 때와 많이 다르다. 그의 오감은 쇠퇴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으로 인해 위축되고 방어적으로 변했다. 자신의 공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평범한 강아지가 외출한 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슈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너무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가 개인적인 감정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감정을 공감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배경’이다. 내 작품 속에는 강아지와 배경, 이 두 요소만 존재한다. 특히 나는 배경의 컬러, 마띠에르(matiere)를 통해 작품의 성격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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