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지] 다른 이름으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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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넌지 개인전

⌜다른 이름으로 저장⌟


✨2023.11.7~11.20

✨갤러리아미디 [신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1, 2층

✨관람시간: 12:00 ~ 18:00


@none_z_art

@gallery_amidi


📝 작가 노트

 

 내 방은 지저분했다. 게으르고 굼뜬 나는 그동안 내 삶 속에서 누적되는 경험과 기록들이 무질서하게 쌓여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불필요한 사물을 과감히 버리거나, 분류별로 정리했다면 진작에 공간은 더욱 환해지고 넓어졌을 테지만 그러질 못했다. 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삶의 조각들을 그저 한없이 쌓아 방치하고만 있었다. 그냥 그게 편했다.

 피곤함을 안고 컴퓨터 작업을 하던 어느 날. 문득 새빨갛게 변한 디스크 저장 공간 바가 눈에 띄었다. 용량이 가득 찬 그 상자가 마치 지금의 머릿속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잠이 부족해 몽롱한 현재, 희뿌연 연기처럼 불안한 미래가 가득 차 뒤엉킨 내 두뇌 말이다. 정리되지 않은 나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곤 떠올렸다. ‘아, 내 모든 공간이 내 마음의 모습이구나. 어지러운 이 방이 곧 나였구나.’


 방 청소를 시작했다. 간만의 대청소를 하며 마음과 머리까지 정리되는 기분을 느꼈다. 검은 먼지들이 닦이고, 많은 물건을 버리며 자료가 분류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내 시간의 때가 묻은 물건들을 쉬이 버릴 수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바라보면 바로 그날의 내 모습과 추억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인생의 파편을 영구히 삭제할 수가 있을까. 


 결국 삶의 궤적이 묻은 자료들을 따로 모았다. 그리고 공간 확보를 위해 이를 버리기보단, 되려 더욱 의미를 부여해 ‘그림’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보는 것을 택했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매번 새로이 저장된 것들을 종이 팔레트와 함께 자르고 찢어 화면 속에 퍼트린다. 자기 자신을 연구하는 학예사가 되어 물감으로 새로이 문서들을 저장하니, 인생을 돌아보고 어지러운 내면을 정리하여 묵은 때를 벗길 수 있었다. 내 방도, 기억도 보낼 것은 보내고, 남길 것은 남겼다.


 이번 개인전, <다른 이름으로 저장>은 전시 기간 동안 누구나 로그인할 수 있는 작가의 컴퓨터 화면이다. 이곳엔 한 사람의 인생 속 버릴 수 없는 미련과 집착들이 다른 이름의 폴더들로 생성되어 있다. 우리의 머릿속은 컴퓨터 메모리(RAM)와 같다. 한정된 용량과 시간 속에서 매일 새로 처리해야 하는 정보들이 들어오고, 저장되고 지워진다. 만약 자신의 공간 즉 마음 정리가 어려울 때면, 그 이유는 비단 게으름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정리하지 못해 매달리고, 애틋해 하며 내면에 묻어둔다. 그것은 잊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있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메모리와 디스크에 어떤 폴더들이 있는지 마음으로 열어보고 느껴보자. 먼지를 털어내고 의미를 재정립한다면,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 폴더들이 남아, 나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문의: 카카오톡 채널 “갤러리 아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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