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조각
2023.10.16 – 2023.10.23
이단비 개인전
갤러리 아미디 [신촌]
전시 노트
새롭게 연구할 계획으로 잡은 주제는 '꿈의 조각'이다. 이는 꿈속에서 경험한 수많은 광경 중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기록하는 작업이다.
꿈의 내용과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글로 적는 것 뿐 아니라 단편적인 장면 중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는 것을 사진으로 포착 하듯이 드로잉을 진행했다. 이후 드로잉을 발전시켜 채색 작업을 진행할 때에는 최대한 다른 시각적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그렸다. 전반적인 이미지의 색감과 느꼈던 감정은 기억에 남아있지만 마치 뿌연 필터가 낀 것처럼 애매모호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진 자료를 보게 되면 자료에 맞추어 꿈에서 본 광경이 왜곡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다양한 꿈을 꾸면서도 그것들은 큰 틀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로는 스스로가 꿈 속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고, 둘째로는 보통 1인칭 시점의 시야와 함께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던지, 어떠한 소식이나 물건을 전달하러 움직여야 한다던지,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어떠한 장소로 가야한다던지 등등의 상황이었다. 모두 지금 당장 일어나서 어디론가 몸을 움직여야 하고, 목표한 일들을 해내야 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내 성격 때문인가 싶었다. 물론 무의식과 관련되어 있으니 그것도 맞겠지만, 더 직관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는 세 번째 공통점인데, 바로 꿈의 결말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잠을 잘동안 꿈을 꾸면 잠을 깰 때에는 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여러가지 바쁜 상황에 놓여 정신없이 달리고 어디론가 소리친 후에 마주한 꿈의 결말 부분에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광경을 마주한 뒤 꿈에서 깬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록하는 '꿈이 조각'들은 중반부까지의 바쁜 상황이 아닌 꿈의 결말 부분에서 보았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꿈에서 깨기 직전이고, 참았던 감정이 터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보게된 것들이니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컨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길을 헤치고 나아갔더니 마치 물감으로 칠해둔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광대한 들판이 나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지만 어떠한 그리움이나 향수를 느낀 후에 꿈에서 깰 때도 있었고, 엄마와 함께 복잡한 외국 시장 속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먹을 것도 먹다가 이 시간이 특정한 가게에 들어갔을 때 '이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하자마자 꿈에서 깰 때도 있었다.
이렇게 내가 꾼 꿈들을 정리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꿈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꿈 속에서 나는 - 자각몽이 아니었기 때문에 - 꿈 속이 현실인 것처럼 절박하게 무언가 하기 위해 달려갔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꿈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1인칭 시점의 게임이나 영화를 보는 제3자의 입장이 되었다. 이 지점은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로썬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쫓아가고 달리지만 모든 일이 다 지난 후 과거를 회상할 때에는 마치 제3자처럼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기억들을 곰곰이 되짚어보기 때문이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도 현실에서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과거와 현재만 알 뿐,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꿈들은 개별적인 다른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혹은 살아보고 싶어하는 삶이 꿈으로 나온 것은 아닐까.
■이단비
전시 전경




전시 정보
갤러리아미디 [신촌]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21, 2층
|| 운영 시간||
12:00~18:00
꿈의 조각
2023.10.16 – 2023.10.23
이단비 개인전
갤러리 아미디 [신촌]
전시 노트
새롭게 연구할 계획으로 잡은 주제는 '꿈의 조각'이다. 이는 꿈속에서 경험한 수많은 광경 중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기록하는 작업이다.
꿈의 내용과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글로 적는 것 뿐 아니라 단편적인 장면 중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는 것을 사진으로 포착 하듯이 드로잉을 진행했다. 이후 드로잉을 발전시켜 채색 작업을 진행할 때에는 최대한 다른 시각적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그렸다. 전반적인 이미지의 색감과 느꼈던 감정은 기억에 남아있지만 마치 뿌연 필터가 낀 것처럼 애매모호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진 자료를 보게 되면 자료에 맞추어 꿈에서 본 광경이 왜곡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다양한 꿈을 꾸면서도 그것들은 큰 틀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로는 스스로가 꿈 속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고, 둘째로는 보통 1인칭 시점의 시야와 함께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던지, 어떠한 소식이나 물건을 전달하러 움직여야 한다던지,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어떠한 장소로 가야한다던지 등등의 상황이었다. 모두 지금 당장 일어나서 어디론가 몸을 움직여야 하고, 목표한 일들을 해내야 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내 성격 때문인가 싶었다. 물론 무의식과 관련되어 있으니 그것도 맞겠지만, 더 직관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는 세 번째 공통점인데, 바로 꿈의 결말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잠을 잘동안 꿈을 꾸면 잠을 깰 때에는 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여러가지 바쁜 상황에 놓여 정신없이 달리고 어디론가 소리친 후에 마주한 꿈의 결말 부분에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광경을 마주한 뒤 꿈에서 깬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록하는 '꿈이 조각'들은 중반부까지의 바쁜 상황이 아닌 꿈의 결말 부분에서 보았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꿈에서 깨기 직전이고, 참았던 감정이 터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보게된 것들이니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컨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길을 헤치고 나아갔더니 마치 물감으로 칠해둔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광대한 들판이 나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지만 어떠한 그리움이나 향수를 느낀 후에 꿈에서 깰 때도 있었고, 엄마와 함께 복잡한 외국 시장 속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먹을 것도 먹다가 이 시간이 특정한 가게에 들어갔을 때 '이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하자마자 꿈에서 깰 때도 있었다.
이렇게 내가 꾼 꿈들을 정리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꿈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꿈 속에서 나는 - 자각몽이 아니었기 때문에 - 꿈 속이 현실인 것처럼 절박하게 무언가 하기 위해 달려갔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꿈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1인칭 시점의 게임이나 영화를 보는 제3자의 입장이 되었다. 이 지점은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로썬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쫓아가고 달리지만 모든 일이 다 지난 후 과거를 회상할 때에는 마치 제3자처럼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기억들을 곰곰이 되짚어보기 때문이다.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도 현실에서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과거와 현재만 알 뿐,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꿈들은 개별적인 다른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혹은 살아보고 싶어하는 삶이 꿈으로 나온 것은 아닐까.
■이단비
전시 전경
전시 정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21, 2층
|| 운영 시간||
12:00~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