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만만(萬萬)’이라는 낱말에는 느낌 정도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라는 의미와 연하고 보드랍다라는 뜻이 있다.
나의 첫 전시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 원하지 않는 일상의 패턴이 버겁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편지이다.
고정관념과 관습의 벽면을 벗어나면 관찰력은 깊어지고 감수성은 동그란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진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을 영감을 주는 존재로 조망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은 여행지의 낯선 풍경만큼이나 생경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이 어제 한 일을 익숙하게 해내는 사이,
잠을 자지 않아도 꿈을 꾸며 여행을 가지 않아도 나를 발견하는 일은 만만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상상의 습관이 필요하다.
지친 퇴근길, 매일 지나는 벽면 앞에서 걸어오는 코끼리를 만난다면
이른 새벽, 커튼 뒤 창밖으로 무리 지어 지나가는 오리 떼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꿈꾸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효정-

전시 정보
전시 제목: 일상만만, 어디에나 꿈
전시 작가: 김효정
전시 기간: 2021.9.13-19
전시 장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31길 10 갤러리 아미디 아현
관람 시간:
월-토 12:00~19:00
일 12:30~18:00
작가 소개
나는 일상에서 만난 사물들에게서 받은 느낌과 영감을 기반으로 상상과 현실을 한 공간 안에 구현한 새로운 일상 이미지를 그린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그러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은 내면의 무의식과 의식이 공존하는 나의 실재의 일상이다.
지난 나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기계적인 일상을 사는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게 해 주었던 것은 상상의 습관과 상상을 실현해보는 창조행위였다. 나는 오랫동안 서울 도심의 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재개발이 추진되다 철회된 곳이라 오래된 집들과 새로 지은 집들, 짓고 있는 집들이 공존하는 재미있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과 관심은 건물과 건물의 벽, 벽 안 밖의 사물들과 그 들과 날마다 조우하는 인간의 관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일상의 사물들에는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는 것과 상상력에 영감을 주는 존재들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조합하여 낯선 일상 풍경을 만들고 그 세계 안에서 또 다른 상상을 하고 새로운 창조를 이어갈 동력을 얻는다.
인간의 존엄마저 물질의 가치에 따라 평가되는 현대사회의 특성 안에 놓여 있는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멈출 수 없는 일상의 굴레 위에서 고단한 발을 굴리며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나는 사물화 되어가는 인류와 같은 처지인 동물들에 나의 자아를 투영시켜 표현하고 있다. 그는 꿈을 잃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소시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그리는 일상 속 낯선 풍경은 상상 속에 녹아든 나의 내면이 오롯이 현재의 일상과 조응하는 실재의 일상이다. 그러한 풍경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창조의 과정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며 삶의 동력이 되어준다. 나는 관람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유와 상상을 이끌어내는 작가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창조적 삶이 작가만의 영역이 아님과 신이 거의 모든 인간에게 장착해준 ‘상상력’의 힘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 소개

걷다보면, 116×91, Oil on canvas, 2020
퇴근길, 길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좌우를 살피며 신호등을 건너면 빵집이 있지. 좋아하는 밤 빵을 사고 세탁소에서 내일모레 입을 블라우스를 찾아. 마트에 들러 우유를 사서 집에 도착하면 무의식적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지..
내 몸이 오랜 된 일상의 일들을 익숙하게 해내는 사이, 나는 또 다른 나만의 일상의 공간을 가꾸고 있어. 그곳에는 내가 물을 줄때마다 한 뼘 씩 자라는 싱싱한 초록의 나무들과 아름다운 색을 지닌 식물들이 가득해. 물을 줄때마다 자라는 건 어쩌면 신기한 일이야.

어디에나 꿈 1,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밤에는 깊은 잠을 자야 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안락한 커튼 안에서. 알람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에 눈을 뜨지. 그렇게 안정적인 일상의 아침을 맞이하며 커튼을 열어. 그러면 내가 잠자는 사이, 세계를 한 바퀴 돌고 온 부지런한 파란 달팽이가 인사를 해.
“오늘도 안녕”

어디에나 꿈 2,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어린 시절 방학 때 갔던 온통 초록인 시골, 이른 새벽에 눈을 뜬 적이 있어. 창문너머로 하얀 오리 떼들이 논두렁 사이로 줄지어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 지금도 새벽마다 커튼을 열면, 그 때의 새벽이 생각나. 푸르스름한 골목으로 줄지어 가는 사람들이 보이거든.
그들을 따라 가려면 나도 서둘러야 해.

어디에나 꿈 3,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매일매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을 때가 있었어. 일을 하다가도 문득, 길을 걷다가도 문득, 설거지를 하다가도 문득, 그래서 트렁크에 짐을 싸는 꿈을 꾸지. 햇볕을 가려줄 챙이 넓은 모자와 우연히 지나갈 바닷가에서 신을 슬리퍼와 짧은 린넨 반바지, 틈틈이 보게 될 작은 책,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덮고 누울 담요, 음,, 또 무엇을 가져가야 하나.
떠나고 싶을 때 떠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 그래도 지금 나는 행복해. 떠나지 않고도 떠나는 법을 알았거든.

어디에나 꿈 4,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매일 마주하게 되는 얼굴들이 있어. 의자, 테이블, 벽지, 그릇, 가방, 길가의 표지판, 벽, 사람.. 그들은 그들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의 모습이기도 해. 어느새 나는 원래의 나의 모습을 잊어버렸어.
나는 코끼리였지. 아니 산양이었나. 이제는 기억해 내야 할 때가 되었어. 남은 시간을 아껴야 하거든.

오래된 꿈, 116×91, Oil on canvas, 2020
아이들의 순수한 눈들을 매일매일 보며 사는 일은 엄청 큰 행운이야. 순수한 눈들이 매일 물어. “선생님 꿈은 뭐에요?” 그때마다 나는 6살의 나로 돌아가지. 그때부터였어.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나무도 그리고 강물도 그리고 동물도 그리고 사람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전시 소개
‘만만(萬萬)’이라는 낱말에는 느낌 정도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라는 의미와 연하고 보드랍다라는 뜻이 있다.
나의 첫 전시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 원하지 않는 일상의 패턴이 버겁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편지이다.
고정관념과 관습의 벽면을 벗어나면 관찰력은 깊어지고 감수성은 동그란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진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을 영감을 주는 존재로 조망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은 여행지의 낯선 풍경만큼이나 생경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이 어제 한 일을 익숙하게 해내는 사이,
잠을 자지 않아도 꿈을 꾸며 여행을 가지 않아도 나를 발견하는 일은 만만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상상의 습관이 필요하다.
지친 퇴근길, 매일 지나는 벽면 앞에서 걸어오는 코끼리를 만난다면
이른 새벽, 커튼 뒤 창밖으로 무리 지어 지나가는 오리 떼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꿈꾸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효정-
전시 정보
작가 소개
나는 일상에서 만난 사물들에게서 받은 느낌과 영감을 기반으로 상상과 현실을 한 공간 안에 구현한 새로운 일상 이미지를 그린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그러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간은 내면의 무의식과 의식이 공존하는 나의 실재의 일상이다.
지난 나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기계적인 일상을 사는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게 해 주었던 것은 상상의 습관과 상상을 실현해보는 창조행위였다. 나는 오랫동안 서울 도심의 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재개발이 추진되다 철회된 곳이라 오래된 집들과 새로 지은 집들, 짓고 있는 집들이 공존하는 재미있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과 관심은 건물과 건물의 벽, 벽 안 밖의 사물들과 그 들과 날마다 조우하는 인간의 관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일상의 사물들에는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는 것과 상상력에 영감을 주는 존재들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조합하여 낯선 일상 풍경을 만들고 그 세계 안에서 또 다른 상상을 하고 새로운 창조를 이어갈 동력을 얻는다.
인간의 존엄마저 물질의 가치에 따라 평가되는 현대사회의 특성 안에 놓여 있는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멈출 수 없는 일상의 굴레 위에서 고단한 발을 굴리며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나는 사물화 되어가는 인류와 같은 처지인 동물들에 나의 자아를 투영시켜 표현하고 있다. 그는 꿈을 잃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소시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그리는 일상 속 낯선 풍경은 상상 속에 녹아든 나의 내면이 오롯이 현재의 일상과 조응하는 실재의 일상이다. 그러한 풍경을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창조의 과정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며 삶의 동력이 되어준다. 나는 관람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사유와 상상을 이끌어내는 작가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창조적 삶이 작가만의 영역이 아님과 신이 거의 모든 인간에게 장착해준 ‘상상력’의 힘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 소개
걷다보면, 116×91, Oil on canvas, 2020
어디에나 꿈 1,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어디에나 꿈 2,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어디에나 꿈 3,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어디에나 꿈 4, 45.5×37, Acrylic on canvas, 2021
오래된 꿈, 116×91, Oil on canva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