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나의 색은 본디 푸른 초록색이었다.
초록빛은 태양의 붉은 색을 흡수했다.
내 아기도 본디 연하고 투명한 초록색이었다.
그 여린 빛이 가여워,
내 양분과 수분을 모두 주어 키웠지.
내 그 아기는 예쁜 태양의 색을 닮아갔다.
푸르기만했던 내 삶에 태양이 생겼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온몸으로 키웠다.
그리고 흙의 색을 닮은 손이 그 붉은 것을 가져갔다.
미련이 남아 초록 꼭지를 붙여놓고 떼어갔다.
나는 다시 초록색이 되어 태양을 바라본다.
이 시는 방울토마토가 아니라 ‘방울토마토 잎’에 관한 시이다. 방울토마토 잎은 그의 열매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방울토마토라고 통칭해서 불릴 뿐이다. 이 이름 없는 푸른 잎들에게 나는 어떤 연민을 느낀다. 아직 연 두색의 여린잎인 새싹으로 태어났을 때, 그러니깐 아주 어렸을 때는 자신이 14g이나 되는 방울토마토를 주렁주렁 맺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울토마토 잎은 열심히 줄기를 키운다. 가늘지만 최선을 다해, 흙에 있는 영양분을 있는 힘껏 빨아드려 두께를 굵게 하고, 최대한 태양 빛을 받기 위해 잎새를 든다. 그리고 예쁜 노란 꽃을 피우고, 그 노 란 꽃을 희생하여 푸른 열매를 맺는다. 점점 자신의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어져 갈 때, 푸른 잎은 무슨 생각을 했 을까,
‘아름답다. 내가 태양을 낳았구나,’
하지만 빨개진 그 열매는 곧 누군가에 의해 떼어진다. 푸른 잎새를 붙여놓고 예쁘게 떨어진다.
우리의 부모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작업한 그림, 그런 소중한 성과들은 항상 가장 예쁠 때, 그래서 감탄을 금치 못할 때 나에게서 떨어진다. 그 나의 소중한 것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유익하게 사용되든 그 떨어짐의 순간은 항 상 서운하고 아쉽고 마음이 미어지는 것이다.
전시제목 : 문은지 개인전 < 방울토마토, 그 속에 숨은 이야기>
전시작가 : 문은지
전시기간 : 2022.2.15-21
관람시간 : 10:00-19:00
전시장소 : 갤러리아미디 [연남]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29안길 18
전시소개 :
방울토마토
나의 색은 본디 푸른 초록색이었다.
초록빛은 태양의 붉은 색을 흡수했다.
내 아기도 본디 연하고 투명한 초록색이었다.
그 여린 빛이 가여워,
내 양분과 수분을 모두 주어 키웠지.
내 그 아기는 예쁜 태양의 색을 닮아갔다.
푸르기만했던 내 삶에 태양이 생겼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온몸으로 키웠다.
그리고 흙의 색을 닮은 손이 그 붉은 것을 가져갔다.
미련이 남아 초록 꼭지를 붙여놓고 떼어갔다.
나는 다시 초록색이 되어 태양을 바라본다.
이 시는 방울토마토가 아니라 ‘방울토마토 잎’에 관한 시이다. 방울토마토 잎은 그의 열매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방울토마토라고 통칭해서 불릴 뿐이다. 이 이름 없는 푸른 잎들에게 나는 어떤 연민을 느낀다. 아직 연 두색의 여린잎인 새싹으로 태어났을 때, 그러니깐 아주 어렸을 때는 자신이 14g이나 되는 방울토마토를 주렁주렁 맺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울토마토 잎은 열심히 줄기를 키운다. 가늘지만 최선을 다해, 흙에 있는 영양분을 있는 힘껏 빨아드려 두께를 굵게 하고, 최대한 태양 빛을 받기 위해 잎새를 든다. 그리고 예쁜 노란 꽃을 피우고, 그 노 란 꽃을 희생하여 푸른 열매를 맺는다. 점점 자신의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어져 갈 때, 푸른 잎은 무슨 생각을 했 을까,
‘아름답다. 내가 태양을 낳았구나,’
하지만 빨개진 그 열매는 곧 누군가에 의해 떼어진다. 푸른 잎새를 붙여놓고 예쁘게 떨어진다.
우리의 부모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작업한 그림, 그런 소중한 성과들은 항상 가장 예쁠 때, 그래서 감탄을 금치 못할 때 나에게서 떨어진다. 그 나의 소중한 것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유익하게 사용되든 그 떨어짐의 순간은 항 상 서운하고 아쉽고 마음이 미어지는 것이다.